2022. 9. 26. 13:30ㆍ읽으며쓰는육아일기
코로나 확진이라고?
코로나. 코비드 19. 면역력이 약하다면 약한 편인 우리 가족이 용케도 피해왔더랬다. 왜 안 걸릴까, 혹시 무증상으로 걸렸다 나은 것은 아니었을까 기대도 했다. 하지만 드디어 우리 가족에게도 왔다. 격리가 끝난 오늘. 지난 일주일 간의 고통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이렇게 아팠다
남편과 첫째는 호흡기가 약하다. 만 6세인 첫째는 천식을 진단받고 대학병원도 다니고 있고 부녀 모두 환절기에는 감기를 달고 산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인 9월이라 남편의 기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더랬다. 매주 코로나 자가 키트를 하고 있었고 요즘 코로나에 대해 워낙 둔감하게 반응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했다.
월요일, 그러니까 9월 19일 부산에는 태풍이 예정되어 있었고 두 아이 모두 어린이집 휴원이 결정되어 집에서 돌보고 있었다. 두 아이 함께 보기가 버거워 첫째는 같은 아파트 단지 할머니 댁으로 가서 할머니의 돌봄을 받고 있었는데 어머님의 전화가 왔다. 아이가 놀다 잠이 들었는데 따뜻해서 보니 38.4도라고, 왜 그런지 알고 있느냐고. 순간 기침하던 남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아, 코로나가 왔나 보다. 당장 키트를 꺼내서 나부터 검사를 실시했다. 괜히 그 말을 들으니 목이 아픈 느낌이었다. 15분 뒤 검사는 음성. 남편에게 전화해서 당장 검사를 다시 해 보라고 했고, 몇 분 후. 위의 사진을 보내왔다. 코로나가 맞구나..
급하게 퇴근한 남편과 두 아이를 데리고 집 바로 앞 신속항원 검사를 실시하는 이비인후과에 갔다. 첫째는 워낙 검사에 질린 터라 자지러지게 울었고 그 모습을 본 남편도 같이 울었다. 남편과 나는 코를 찌르자마자 거의 반응이 있었고 아이 둘은 15분 후 아주 연한 두 줄이 떴다. 코로나 당첨이었다.
남편은 심한 기침과 몸살 증상이 있었고, 첫째는 열이 났다. 목도 조금 따끔거린다고 했다. 나는 목이 조금 따끔거리는 느낌이었고 16개월 아직 말을 못 하는 둘째는 열 없이 잘 놀아 무증상이려니 했다. 방문한 병원은 확진자는 청진이나 목 검사는 해주지 않고 구두로 확인하고 처방을 해 주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넷이 한꺼번에 걸려 다행이다 정도의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둘째가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나도 열이 38도를 넘기면서 두드려 맞은 것 같은 근육통이 온몸에 왔다. 첫째는 첫날부터 닷새째 되는 금요일 오전까지 고열과 미열이 반복되었다.
둘째 날인 화요일엔 둘째가 39도를 넘겼는데 해열제를 3ml 중 1ml 먹더니 먹은 것까지 다 토해냈다. 잘 먹는 아기가 사탕도 거부했다. 안되겠다 싶어 검색해둔 병원에 전화해서 어플을 사용해 예약하고 넷이 소아과로 출발했다. 연산동의 부산아동병원은 확진자도 청진을 해 주고 아이들의 코와 목, 귀 상태도 살펴봐 주었다. 두 아이 모두 목이 많이 부었다고 했고, 증상이 없어 특별한 약을 처방받지 못한 둘째 약도 처방해 주었다. 28만 원 정도 주고 넷 모두 한 병실에 누워 수액 처방도 받고 돌아왔다. 갈 때 시름시름 앓던 둘째가 돌아오는 길엔 간식을 먹으며 까르르 웃어 아 고비를 넘겼구나 했다.
수요일. 첫째가 낮에 안 자던 낮잠을 자더니 토할 것 같다며 먹은 것을 다 게워냈다. 열을 재니 38.9도. 해열제를 먹으면 토하고 먹으면 토하고를 3번 반복했다. 저녁 7시가 넘어 119에 전화해서 확진자를 받아주는 야간 병원을 물었다. 다행히 전에 갔던 소아과에서 11시까지 진료를 해 준다고 해 남편이 첫째를 데리고 출발했다. 자는 둘째도 열이 나서 데리고 갈까 고민했지만 자는 애를 깨울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첫째만 가서 수액을 맞고 돌아왔다. 수액 맞고 돌아온 첫째는 많이 괜찮아져서 잠이 들었다. 핑크빛 소변을 보았는데 다행히 1번에 그쳤다. 그날 밤 둘째가 39도를 또다시 넘겼다. 다행히 해열제는 토하지 않았다. 해열제를 먹으면 약간 내려가고 또 오르면 교차 복용하며 그날을 겨우 넘겼다. 11시가 넘으면 받아주는 병원은 대기가 많다고 해서 정말 한 시간 단위로 아픈 몸 이끌고 깨서 열을 재며 남편과 몸과 마음이 탈탈 털렸다.
목요일. 드디어 둘째는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걱정될 정도로 계속 먹으려고 했다. 첫째는 여전히 미열 37.7~8을 유지해서 해열제도 못 먹이고 조마조마하게 지켜보았다. 둘째는 더 이상 열이 나지 않았다.
금요일 오후. 드디어 첫째도 열이 내렸다. 밥을 잘 먹기 시작했다. 간식을 찾기 시작했다.
토요일, 일요일은 두 자매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2~3일 간다는데 우리 애들은 조금 더 오래 아팠던 것 같다. 우리 부부는 후각이 둔해진 것 같다. 나는 토요일 일요일 낮잠을 많이 잤다. 계속 축축 쳐지고 힘이 들어 기절하듯 잤다.
괴로운 일주일이었다.
효과적인 대처법
제일 효과적인 것은 수액 요법이었다. 어른보다는 아이들에게 효과적이었다. 영양제와 포도당, 그리고 진통제 소염제 등이 처방되었다. 수액을 맞기 전과 맞고 나서 아이들이 너무 달라 돈이 아깝지 않았다.
피해야 할 것은 항생제였다. 이비인후과에서 항생제를 처방해주었고, 첫날 소아과에서 둘째에게 항생제를 처방해주어 먹였는데 마지막 병원에서 아이들의 구토를 유발하는 것이 항생제이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항생제는 관련이 없으니 항생제를 먹이지 말라고 했다. 항생제를 빼고 약을 먹었더니 구토가 없어졌다. 좋지도 않은 항생제 괜히 먹여 아이들을 고생시킨 것 같아 속상했다. 둘째는 항생제 탓인지 평소 변 상태가 좋은 편인데 설사를 많이 해서 고생했다.
끝으로
걸려야 끝날 것 같다고 계속 농담 삼아 이야기해왔는데 정말 걸려야 끝나려는지 걸리고야 말았다. 무증상도 많다는데 우리 가족은 정말 호되게 앓았다. 나와 남편도 정말 힘들었다. 아이들이 아파 마음도 힘들었지만 아픈 몸으로 한 시간 단위로 깨며 열보초를 섰던 며칠 동안 정말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남편과 내가 서로 배려하려고 노력한 덕분에 작은 다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일까.
그래도 다행이다. 넷이 한꺼번에 걸려 격리가 일주일로 끝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코로나 확진자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점에 걸린 것 모두 다행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아픈데 병원의 도움마저 받을 수 없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코로나. COVID19. 이제 제발 좀 꺼졌으면 좋겠다. 다시는 아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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