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27. 10:28ㆍ읽으며쓰는육아일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 박나경
나는 어렸을 때부터 외국생활을 꿈꿨다. 무엇 때문인지 이유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저 외국에 나가 살고 싶었다. 캐나다 영주권이 나온다는 소문에 한국외대 한국어교육과를 가겠다고 말했다가 선생님과 엄마의 반대로 포기하기도 했다. 성적에 맞춰 고대 국어교육과에 들어갔고 하필 전공이 국어라 한국어 교사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다 싸이월드 블로그에서 한 블로거를 만났다. 박나경 작가였다. 남미에서 한국어 강사를 하다 미국인 남편과 사랑에 사랑에 빠져 미국에서 생활하는 블로거. 그분의 글은 매력적이어서 계속 읽고 싶었다. 구독을 누르고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열심히 읽었더랬다. 싸이월드가 불안정해지면서 네이버 블로그로 옮기시자마자 따라갔고, 인스타그램을 시작하시자마자 나도 열심히 따라다녔다. 처음엔 관심사가 맞아 읽기 시작했지만 그냥 그분의 라이프 스타일도 멋졌다. 몇 년 전 부산에 오셔 북 토크를 하셔서 선착순에 맞춰 신청하는 데에 성공하여 온 가족 작가님도 만나고 돌아왔다. 같이 갔던 남편이 물었다. 이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뭐냐고. 고민해보고 대답했다. 좋은 엄마, 좋은 연인이지만 본인의 삶을 놓지 않는 나의 롤 모델 같은 분이라서라고. 번역한 동화책, 에세이, 첫 동화책 모두 사서 읽었고 육아서가 나온다는 말에 설렜는데 기대평 이벤트까지 당첨되었던 책. '딱히 육아체질은 아니지만'. 제목부터 어쩜 내 마음인지!
딱히 육아체질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전쟁이지만 커피 수혈하면서 오늘도 최선을 다합니다
2019년에 읽은 책을 다시 폈다. 훌훌 읽히는 작가님의 글이다. 나도 오늘 둘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캡슐 커피 내려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두 시간이다. 글 하나 포스팅을 하고, 오늘 밤에 있을 학원 수업을 준비하고 나면 적응 중인 둘째를 데리러 가야 한다.
아이 둘을 낳고 기르고 있지만 매일 생각한다. 나는 좋은 엄마의 깜냥이 못 되는 것 같다고. 어제 남편이랑 한 잔 하면서도 이야기했다. 나는 희생하는 엄마하고는 거리가 멀어. 좋은 엄마의 성격은 아니야. 이런 죄책감 아닌 죄책감으로 육아를 한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는 텔레비전은 절대 틀어주지 않고, 매 끼니 무염식 저염식으로 식사를 준비하고, 책을 단계별로 읽어주며 책 육아를 하는 좋은 엄마들이 가득한데 나는 우선 내가 편해야 한다. 16개월 둘째는 벌써 거의 모든 음식을 오픈했고 아침에 등원 준비하며 언니랑 같이 딩동댕 유치원도 시청한다. 책은 정말 정말 노력해서 하루에 1~2권 읽어준다. 하지만 육아가 참 힘든 동지들이 많다는 데에 위로를 받는다. 나만 이러고 사는 것이 아니었다니. 그래 힘들지만 주어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자. 내가 일단 아이 둘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였으니 이 아이들을 책임지자. 작가님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어쩜 내 마음 같은지.
나도 이런 엄마가 되고 싶다.
2019년에 읽으면서 했던 다짐은 이미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작심삼일의 엄마는 삼 일마다 새로 다짐해야 하는데 망할 코로나로 아이와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독서와 내 시간은 사라졌고, 기다렸던 둘째 임신과 출산, 새로 시작된 아기 육아로 또 내 시간은 날아갔다. 이제 16개월이 된 내 둘째 따님이 어린이집 적응을 완벽하게 하고 계셔 주셔서 내 시간이 조금씩 생길 예정이다. 이제 독서도 하고, 내 일도 하고, 충전한 내 마음을 사랑으로 표현하는 엄마가 되어야지.
죄책감은 덜고 아이들의 속도에 맞추어 사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자기 싫다고 짜증내는 첫째에게 윽박지르는 대신 책을 한 권 더 읽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어야겠다. 밥을 두 시간째 먹고 있으면 샤우팅을 하는 대신 마음 굳게 먹고 간식을 끊어야겠다. 책을 읽을 때도 내 속도가 아니라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야겠다. 책 중간에 질문한다고 뭐라고 하지 말고 친절하게 대답해주어야지.
지금도 매일 하는 것이지만 사랑한다고 더 진심을 담아 눈을 보고 이야기해주어야겠다. 자주 안아줘야겠다. 특히 요즘 엄마의 사랑을 고파하는 첫째를 하루에 열 번은 안아주어야지.
그러면서도 장지현은 지켜야겠다. 소단이 소이의 롤모델이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멋지게 사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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