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4. 20:43ㆍ읽으며쓰는육아일기
주양육자만 여섯
전에 쓴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 아이의 주양육자는 아마 여섯 명일 테다. 엄마인 나와 아빠인 남편. 이렇게 끝이 아니라 양가 조부모님 네 분 모두 아이들 육아에 열심이시다. 시어른들은 아예 같은 아파트 단지에, 친정부모님은 차 타고 15분 거리에 살고 계신다. 아마 일주일에 최소 네 번은 보고 계실 것이다. 각각.
신이 주신 육아환경이라고?
이웃 언니들이 항상 이야기했다. 신이 내린 육아 환경이라고.
아침에 남편이 출근하면 두 아이 깨워서 아침먹이고, 옷 입히고, 등원 준비하고 있으면 매일 아침 어머님 혹은 아버님이 아이의 등원을 위해 집으로 오신다. 처음 둘째 낳고 조리할 때 잠시 도와주시는 줄 알았는데 둘째 아이가 돌이 지나고 내 힘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오신다. 하원도 일주일에 사흘은 시켜주신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첫째 저녁까지 먹여서 집으로 데려다주시고, 우리 가족 모두 일주일에 몇 번씩 대가족 식사를 한다.
엄마도 거의 매일 우리집에 오셔서 둘째와 시간을 보내다 가신다. 아빠도 퇴직 후 자주 오셔서 아이랑 놀아주신다. 우리 아빠가 아이랑 수준 맞춰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분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감사하게도 양가 어른 네 분이 우리를 위해 가까이 지내려고 노력하셔서 대가족이 함께 여행도 여러 번 다녀왔다. 부러움과 신기함이 섞인 시선들을 받으며 다낭으로 휴가를 다녀온 적도 있다. 내가 없어도 어른들끼리 연락하셔서 아이들을 잘 돌봐주신다. 양가 아버님들은 은퇴하시고 옆에 있는 주말 농장을 분양받으셔서 같이 농사도 지으신다. 당연히 농작물은 우리 가족의 양식이 된다.
나는 그래서 첫째를 낳고 3개월만에 서울을 여덟 번이나 왕복으로 다니며 실습을 해서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그리고 6개월 만에 다시 일터로 돌아가서 고등학생을 가르칠 수도 있었다.
둘째를 낳고도 학원 수업, 과외 수업하며 개인 운동을 다니고 2주간 유럽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 정말 감사한 육아환경이다.
그래서 2020년 영끌해서 집 살 때 굳이 우리 아파트를 골랐다.
시부모님과 떨어져 살 수가 없어서.
하지만 단점도 있다.
주양육자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 무얼 하든 합의가 필요하다.
이름 짓는 일, 출산 방법, 모유수유 등 의견을 모으기가 어렵다. 어쩔 때는 부모가 우리인지 헷갈릴 정도로 의견들이 많으시다. 산후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여기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주로 스트레스는 나의 몫이다. 양가의 연결고리가 무뚝뚝한 남편보다는 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일 큰 장점.
아이들이 받는 큰 사랑이다.
우리 아이가 부럽다
나도 조부모님이 네 분 다 계셨고 네 분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외할머니만 살아계시지만.
외가에선 첫 손주였고, 친가에서는 10년 만의 아기였던 터라 아마 큰 사랑을 주셨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집은 부산, 외가는 대구, 친가는 성남. 거리가 멀어 몇 달에 한 번 겨우 만났기 때문에 가족의 끈끈함을 느끼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자주 보니 가족이다. 엄마 아빠에게 혼날 때 쪼르르 가서 안길 수도 있다.
엄마 아빠가 일하느라 바빠도 남의 손이 아니라 자신들을 목숨만큼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가서 사랑 듬뿍 받고 돌아온다.
요즘 첫째는 할아버지께 한자도 배우고 있다.
아주 조금의 단점은 나만 감내하면 될 일. 가족의 사랑 안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가 부럽다. 어른 네 분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셔주시면 좋겠다.
네 분이 의지할 수 있도록 우리 부부가 더 성장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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