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8. 10:57ㆍ읽으며쓰는육아일기
아기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
2016년 9월 예정일보다 한 달 이르게 예쁜 아이가 우리 품으로 왔다. 대학병원에서 조산으로 출산한 터라 몸무게는 미달이 아니었지만 온갖 검사를 다 했다. 심장이 약간 덜 닫힌 것 빼고는 정상이었다. 심장도 36개월 검사 때 다 닫혔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으니 뭐 큰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조리원에서 돌아온 아이 피부가 거칠거칠하고 빨갰다. 태열이라고 해서 10월 가을에도 에어컨을 틀고, 매쉬 바디수트를 입혔다. 그래도 아이가 계속 짜증을 냈다. 다시 대학병원으로 갔다.
50일. 아토피 첫 진단
보통 어릴 때는 아토피 진단을 잘 내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첫머리 사진은 양호한 수준이었다. 아이 온몸이 빨갛게 거칠거칠했고 아이는 계속 울며 짜증을 냈다. 대학병원 교수님은 조심스레 아토피일 것이라 했다. 아이 아빠가 어렸을 때 아토피를 앓았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거의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조금 낙담했고 남편은 울었다. 자신 때문이라며 미안하다고 엉엉 울었다.
아토피와의 싸움
아기는 계속 짜증을 냈다. 자기 팔을 올릴 수 있게 되자마자 머리를 긁어 백일된 아기 머리가 피딱지로 가득했다. 아기 손에 계속 손싸개를 해주었다. 결국 관리를 위해 딸임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빡빡 밀었다.
이게 시작이었다.
매달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자랄 때마다 쪼꼬미 손에서 피를 뽑고 알러지 검사를 했다. 다행히 알러지는 계란과 콩에 아주 약간만 발견되어 음식 조절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이 약간의 위로가 되었다.
아기 6개월에 다시 일터로 돌아간 나는 퇴근하면 아이 아토피와 싸웠다. 아기가 잘 때 너무 괴로워하며 긁으면 피딱지가 생겨 손으로 살살 긁어주느라 출산과 육아로 망가진 손목은 성할 날이 없었다. 아이가 잠에 들 때까지 등, 머리를 긁어주어야만 했다.
아토피라는 게 참 힘들었던 것이 아토피 아이 엄마가 열 명이면 열 명이 다 경험이 달랐다. 어성초가 좋다는 엄마도 있고, 식염수 마사지가 좋다는 엄마도 있고, 뱀딸기가 좋다는 엄마도 있었다. 마음이 불안한 나는 여기도 저기도 흔들렸다. 어성초, 뱀딸기, 녹차물 목욕도 다 해보고 뉴스에서 아토피에 돌배나무잎이 좋다고 해서 농장을 수소문해서 잎 사서 달여 목욕도 시켜봤다. 황토가 좋을까 싶어 비싸게 손수건, 내복, 블랭킷 다 천연 황토 염색으로 구해 바꿔주기도 했다. 그래도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좋아지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안써본 로션이 없었다. 잔인한 AI는 계속 나에게 아토피에 좋다는 로션 크림 오일 워시 등을 보여주었고 나는 볼 때마다 사 쟁였다. 하나하나 다 써봐도 별 달라지는게 없었다. 일본 온천에서 나왔다는 입욕제도 사보고, 일본에서 만든다는 10밀리 5만원짜리 에피서지도 사 보고, 독일에서 크림 직구도 했다. 그래도 눈에 보이게 달라지는 건 없고 통장만 가벼워졌다. 결국 대학병원에서 처방된 로션과 스테로이드 크림에 정착했다.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아 아이가 너무 가려워서 잠이 들지 못하는 밤이면 먹이고 재웠다. 스테로이드가 안 좋다는 말에 겁냈지만 의사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마데카솔보다 스테로이드 등급이 낮다니 어쩔 수 없이 매일 발라주었다. 제일 아이가 덜 괴로운 방법이었다. 충분한 보습과 약한 스테로이드 연고.
그래도 시간이 약이다.
내가 매번 우울하게 병원에 갔더니 대학병원 교수님이 아이가 걸으면 조금 더 나아질 것이고, 뛰면 더 나아질 것이다. 다섯 살이 되면 더 나아질 것이다. 너무 염려 말아라 하셨다. 매번 우울하고 매번 아이 피부 살피기 급급했지만 다행이 만 여섯 살이 된 지금 첫째는 아토피였다라는 걸 모를 정도로 피부가 깨끗해졌다. 물론 컨디션이 나쁠 때면 눈가나 입술에 스르륵 올라오기도 하고, 손가락 하나는 아직 아파하지만 아토피로 고민하던 날들은 끝이 났다. 아토피인 아이가 천식으로 잘 옮겨간다고 하더니만 천식이 약하게 왔지만 관리가 크게 힘들 정도는 아니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 그렇게 기도했다. 아토피만 아니게 해주세요. 다행히 둘째는 로션도 안 가리는 건강한 피부를 가지고 나왔다. 이제 드디어 아토피로부터 해방이다. 시간이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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