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11. 14:56ㆍ읽으며쓰는육아일기
엄마 배가 아파
우리 첫째는 "엄마 나 아파."라는 말을 종종 한다.
무릎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그러다 둘째가 태어나고 배가 아프다는 말을 자주 하기 시작했다.
특히 차를 조금 오래 탄다거나, 혼이 났다거나 하는 시기에 더욱 그랬다.
꾀병인가 했지만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기에 병원에 가서 초음파까지 찍었다.
장이 예민한 편이라고.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꾀병은 아니라고 말씀해주셔서 그러려니 했다.
신경성 위염이라니
지난주 목요일 새벽.
아이가 자는 나를 깨웠다. 엄마 배가 아파.
열도 없고, 설사도 없고, 구토도 없고.
아프다는 부분은 명치 아래. 누가 두드리는 것 같은 아픔이라고 설명했다.
배를 만져주니 안 아프다며 다시 잠들었다.
어린이가 새벽에 아프다고 깰 정도면 고통이 크다 싶어 여기저기 검색하며 밤을 지새웠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이유 없는 복통이 있는 아이들이 꽤 보였다.
아 이것도 코로나 후유증인가. 도대체 이 놈의 코로나는 무엇인가.
그렇게 시작한 복통이 쉬는 날이었던 월요일까지 계속되었다.
아주 간헐적인 복통이었고, 주로 자기 직전. 밥 먹다 말고. 내가 소이 약 먹이느라 씨름할 때 복통을 호소했다.
남편은 꾀병일 거라 확신하는 분위기..
백초 시럽 먹이며 화요일 병원을 예약했고 오늘 첫째 둘째 진료를 보고 왔다.
저번에 진단을 내리셨던 분과 다른 의사 선생님께서 청진을 해보시더니,
신경성, 스트레스성 복통일 것이다. 하셨다.
아이가 불안한 상황,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복통이 있는 것 같다고
너무 크게 반응하지 말고, 억지로 먹이지 말라고 하셨다.
청진할 때 갈비뼈가 다 드러나는 말라깽이에게 더 먹이지 말라니..
그리고 만 6세 너에게 도대체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하기에, 신경성 위염이라니..
너의 스트레스는 무엇일까
왜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아기가 스트레스성 위염이 온 걸까 고민하는 오늘.
아마 신경성은 엄마인 나에게서 왔겠지만, 나는 중학교 가서 성적 스트레스로 아프기 시작했던 것인데
도대체 너의 스트레스는 뭐길래 밤에 자다 깰 만큼 아픈 것일까.
아이가 아프기 시작한 시점을 생각해보니 둘째가 태어난 해부터.
착한 첫째가 말은 못하지만 둘째가 태어나며 스트레스가 컸나 보다.
차는 오래 타면 지루하고 힘들고 괴로운 것 같다. 전주 휴가가며 걱정되어 차에서 시간 보낼 것을 찾아주니 좀 나았다.
자기 직전 아픈 건, 자기 싫은데 잘 시간이 되어 누워야 하는 상황이 싫은 것 같다. 하지만 일찍 자지 못하면 너무 힘들어하는 체력 약한 아이이니 수면 의식을 조금 더 신경 써서 스트레스 없이 잠들 수 있게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밥 먹을 때 아픈 건.. 사실 첫째가 혼나는 거의 유일한 이유가 밥을 안 먹고, 늦게 먹고, 반찬 투정을 하고, 삼키지 않아서니까. 충분히 스트레스받을 상황이겠지.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을 조금 버려야 할까.
요즘 연휴 때 아팠던 건 둘째가 아픈 데다 약만 먹으면 뱉어내고 짜증내서 엄마 아빠가 예민한 걸 그대로 불안으로 받아들였나 보다. 우리 첫째는 예민한 기질의 아이이니 그 부분도 신경을 써야겠다.
아 아이를 기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구나. 내가 둘 키울 깜냥이 되는지 다시 고민하는 시간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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