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힐링이 필요해. 엄마라서 다행이다.

2022. 10. 20. 15:26읽으며쓰는육아일기

육아에 지쳤다

남편이 코로나 후유증으로 대상포진이 왔다. 원래 육아 참여도가 높은 편이라 남편이 빠진 자리가 컸다. 더구나 매일 출근하시며 육아를 도와주시는 엄마는 40일 유럽 여행을 떠나셨다. 자매 둘도 비실비실 환절기 감기에, 장염에 몸이 아프니 짜증도 많이 낸다. 나도 코로나 후유증인지 두통이 심해 매일 진통제로 버티고, 징징거리는 둘째를 자주 안아주느라 양쪽 손목이 망가졌는지 하루 종일 아프다. 병뚜껑을 열 때도 통증이 온다. 허리도 끊어질 것 같다.

몸이 지치니 마음이 지친다. 육아에 지친 것 같다. 내 시간이 너무 간절하다. 컴퓨터 앞에 앉아 글도 써 보고 싶고, 얼마 전 신청한 시험공부도 하고 싶고, 친구들 만나 수다도 떨고 싶다. 할 일은 쌓여 있는데 시간은 없고, 나는 계속 자고 싶다. 그래서 아이가 어린이집 가서 드디어 시간이 생기자마자 책꽂이를 뒤져 힐링할 책을 찾아 본다. 선물 받고 읽지 못했던 책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엄마라서 다행이다'

 

그림으로 하는 엄마의 힐링

뽑아보니 엄마를 위한 이야기 힐링책이다. 지금 나에게 위로가 될 것 같아 읽어보기로 한다. 

엄마와 아이가 그려진 명화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그림 속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은 따뜻하고, 아름답다. 나는 지금 이런 눈으로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을까.

 

이렇게 또 죄책감을 키우며 책을 읽는데 이 책은 또 말해준다. 최고의 부모는 죄책감 없는 부모가 되는 것이라고. 누구도 완벽하게 부모 노릇을 하지는 못한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무사히 자라서 자기 몫을 온전히 해내는 행복한 사회적 구성원이 될 것이라고.

 

이 책은 다양한 사연들을 담은 엄마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임산부부터,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양을 준비하는 엄마들까지 총 서른아홉 개의 이야기가 참 따뜻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잘할 수 있구나.

 

길지 않은 작은 이야기들을 예쁜 그림과 함께 보고 있자니 위로가 된다. 힐링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라서 다행이다

아이가 아프고, 내 몸도 아파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엄마라서 다행이다. 요즘 첫째는 엄마와 하는 모든 일들을 즐거워한다. 공부하자고 해도 '와, 신난다!' 하며 책 가지고 와 자기 자리에 앉는다. 빨래를 개키는 일도 엄마와 하면 신이 나는 모양이다. 이제 제법 조리 있게 말도 잘한다.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 책에서 읽은 내용을 조잘조잘 이야기하면 곧 훌륭한 카페 친구가 되어줄 것 같다. 이 시기가 얼마나 갈까, 곧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더 중요해지겠지 싶으니 조급해지다가도 이것저것 치여 피곤한 날이면 둘만 함께 하는 이 시간의 소중함을 잊기도 한다.

 

둘째는 아기를 키운다는 것의 재미를 알려주었다. 첫째 때는 겁 내느라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아기를 키운다는 것의 기쁨을 알려준다. 조금 별나서 크고 작은 사고를 치곤 하지만 그것조차 귀엽다. 동네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만큼 귀엽다. 요즘엔 스스로 하겠다고 하는 것이 많아져, 밥도 스스로 먹고, 기저귀도 갈고 싶을 때 기저귀 가져와 스스로 눕는다. 과자 봉지는 쓰레기통에 넣고선 박수쳐달라고 빤히 쳐다보는데 그게 그렇게 귀여울 수 없다.

 

 

미처 알기도 전에 가버릴 것이다. 벽에 난 손자국은 점점 더 높은 곳에 생겨난다.
그러나다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도로시 에브슬린-

 

각 이야기가 끝나면 이렇게 아이와 관련된 명언들이 남아있다. 그래, 갑자기 사라져 버릴 테지. 어느 순간 훅 커서 엄마 손을 떠날 아이들,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즐기며 사랑해 주어야지. 이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지.